고양이가 보는 DVD

미디어펫츠 | pepleo | 입력 2005.08.16 21:34

여름이를 위해 구입했던 물품들의 약 70~80%는 여름이의 무관심으로 인해 헐값에 다른 집으로 팔려가거나 무상증정, 그것조차 안 된 경우엔 집 안 여기 저기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 달에 사료 1.8kg도 다 못 먹는, 겨우 5kg 체중의 고양이 한 마리가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이 뭐 그렇게 많은가 하고 궁금해 하던 동료들도 이제는 그 쇼핑내역의 실상을 잘 알아 왠만한 아이템에는 놀라지 않는다.

그 많은 쇼핑리스트 중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Amazon.com에서 구입한 "고양이用 DVD".
고양이에 대한 DVD가 아니라 고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으로 제작된 DVD이다.
내가 구입한 것은 숲속 "다람쥐편"과 "새편".
주문하면서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건 정말 극성에 모험이란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 남 보기엔 그 정도가 얼마나 지나쳤겠는가.

설레는 맘으로 집에 돌아오자 마자 DVD를 여름이에게 보여주었다.
여름이가 관심을 가져 준다면, 이젠 혼자 있어도 자연의 소리와 늘 함께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여름이는 화면 속 새들의 움직임과 오디오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새소리에 관심가지며 두리번거렸다. 새가 날아 올라 화면을 벗어나 보이지 않자 TV 뒤를 기웃거리며 새가 숨었나 날아갔나 확인까지 했다.

뿌듯했다.
딱 2분간.

새가 가짜란 걸 알아버린 여름이는 더 이상 화면에 집중하지 않았다.
황급히 "새편"을 "다람쥐편"으로 바꿔줬다.
"다람쥐편"은 숲속의 시냇물과 바람소리, 그리고 작은 동물들의 다양한 소리까지 포함되어 있어 훨씬 더 재미(?)있었지만, 여름이의 반응은 심드렁.

아... 사람나이 스물여덟의 여름이를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다.
이젠 가짜 쥐도 거들떠 보지 않는 여름인데 말이다.

여름이를 재미있게 해 줄 좋은 놀이 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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