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야기] 여름, pepleo와 함께 출근하다

미디어펫츠 | pepleo | 입력 2003.06.02 15:08

몇 달 전부터 여름이 회사에 데리고 와 보라는 동료의 말을 지키고자
출근하는 이 별로 없는 5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 일찍 여름이를 플라스틱 케이지에 넣어 차에 실었다.
근처에 사는 선배에게 같이 갈 것을 청하여 뒷좌석에 앉아 여름이가 들어있는
케이지를 꼭 잡고 안심시켜 주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회사로 출발.

회사에 도착하여 케이지 문을 열어주니 홀랑 뛰어나오진 않고
조심스레 냄새를 맡으며 바깥을 탐색하더니 이윽고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밖으로 나와 책상 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책상 위에서 의자로, 그리고 의자에서 바닥으로
내려가 장난감 쥐를 사냥할 때처럼 낮은 포복자세로 사무실 여기 저기를
탐험하는 것이다. 여름이가 세상에 태어나 가 본 적이 있는 곳은 열손가락 안.

여름이가 태어난 애니네 집(1), 애니네에서 다니던 동물병원(2),
지금 살고 있는 pepleo네 집(3)과 근처 동물병원(4), 강북의 동물병원(5),
잠시 들렀던 동네 커피숍(6), 집 옆에 있는 놀이터(7),
그리고 pepleo 회사(8).

동료들이 출근하고 모두들 한 번씩 여름이를 안아보고.
아마 이것이 여름이로서는 스트레스였나보다.
집에선 안고 업고 마구 쓰다듬었어도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회사에선 털이 엄청 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스트레스 받으면 털이 많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함)

최악의 경우엔 회사에 30분 정도만 있다가 다시 집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케이지 안에서 편히 잠들진 않았어도 별 말 없이 내가 일하는 걸
바라보고 있길래 퇴근시간 꽉꽉 채워서 회사에 있다가 같이 퇴근했다.
중간에 라면 먹으러 나갈 땐 책상 위 케이지에 홀로 남겨두기도 했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장난감 들어있는 서랍장 앞에 가서 놀아줘~를 연발하여
잠시 놀아주고 나니 이내 침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늘어지게 잠들어 버린 여름.
일요일 낮에도 쿨쿨 많이 잤고,
스트레스 받게 한 것이 미안해서 저녁엔 평소보다 여름이와 많이 놀아주었다.

나만의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장시간 여름이와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름이가 나에 대한 애정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낯선 환경에서 자기를 보호해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인식하기 때문일까?

토요일 밤과 일요일 밤 모두 내 옆에 꼭 붙어서 길게 발라당,
여름이는 게슴츠레 지긋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나는 여름이 배를 계속해서 만져주면서 오래 오래 같이 잤다.
(평소엔 조금만 배를 만져주고 나면 다른 곳으로 자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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