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야기] 그가 온다

미디어펫츠 | pepleo | 입력 2005.09.07 09:54

여름이는 내가 외출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현관 쪽으로 가면
꼭 현관 발판 끝에까지 따라나와 다소곳이 두 앞발을 모으고 앉아 나를 배웅한다.
어릴 땐 가끔 따라나오려고도 해서 거실 쪽으로 장난감을 던져 주거나
여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 다음 살짝 도망치듯 나오곤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멀리 가는지, 가까운 데 가서 금방 오는지도 다 안다.

아침이나 낮에 가방을 들고 나갈 땐 따라나와 배웅하지만
밤에 바깥의 창고엘 가거나 빈 손으로 슬리퍼를 신고 나갈 땐
앉은 자리에서 고개 한 번 돌려보곤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숨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 쓰는 이동가방을 꺼내면
외출하기 싫어하는 녀석은 침대 밑으로 사라져버린다.
일단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리면 나오게 하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에
언제나 여름이가 숨기 전에 이동가방 안에 넣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최근에도 여름이는 그 이동가방과 함께 병원엘 다녀왔다.
이번에도 꽤 완강하게 버티다 이동가방으로 잡혀 들어간 것이 억울했는지,
그 다음 날부터는 아예 내가 외출 준비만 한다 싶으면 침대 밑으로 쓱 들어가선
내가 완전히 문을 나설 때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도 훌쩍 지난 오늘 아침,
이젠 좀 안전하다 느꼈는지 예전처럼 따라나와 땡글땡글 나를 봐 주었다.

자다가도, 놀다가도 내가 집을 나설 땐
실눈(*)을 하곤 사뿐 사뿐 걸어나오는 여름.
아, 날씬한 다리 사이로 살짝 살짝 흔들리는 늘어진 뱃살만 없다면.
아니, 바로 그게 약간 불완전한 여름이의 매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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